스토브리그, 10화
2020-01-24  01:27  ()    

 

 

술 못 해?

 

- 용건이 뭡니까?

 

술 못 하는구나... 아직 애네, 애야.

 

- 좋은 사람하고 마셔도 쓴 걸 내가 왜 마십니까?

 

너 인생 평탄하게 살았구나?

 

- ......

 

이게 뭐가 써, 인생이 훨씬 더 쓰지. 인생이 얼마나 쓴지 알면, 이게 달어, 어?
너 저번에 나 봤지.

 

- 안 봤습니다.

 

쓰, 언젠지 말도 안 했는데, 다짜고짜 안 봤다고? 봤네.

 

- 내가 봤다고 말하면 뭐, 마음이 좀 편해집니까?

 

내가 지금 무슨 일 하다 왔는지 아냐?

 

- 모르죠.

 

제주도에 건설하는 호텔. 삼천 억 규모의 호텔 건설. 그 시공사 정하다 왔는데,
웃긴 게 회의 끝나고 티비를 켜니까 니가 나오더라? 일 년 예산 고작 이백 억 쓰는 니들이, 뭘 그렇게 아등바등 싸우면서 일을 해. 사이좋게 일하는 게 힘들어?

 

- 어떤 일이 중요하고 어떤 일은 아니고 그걸 판단하는 기준이... 돈밖에 없습니까?

 

아니 넌 게다가 곧 그만둘 놈이...
야, 너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냐?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?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고, 임마아.

 

- 말을 들으면, 당신들이 다르게 대합니까?

 

다르게 대하지.

 

- 말을 잘 듣는다고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던데요.

 

니가 말을 잘 들어본 적이나 있냐?

 

- 후회합니다, 그때를.

 

지랄하네, 그런 적도 없으면서 이 씨.

 

- 말을 잘 들으면, 부당한 일을 계속 시킵니다. 자기들 손이 더러워지지 않을 일을.
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조직이면 말을 잘 안 들어도 일을 잘하면, 그냥 놔둡니다.

 

니가 그러니까 단장밖에 안 되는 거야. 본사에서 내가 상무하고 호텔 경영하고 하는데 임마아.

 

- 야구 좀 아시려나?

 

구단주 대행이 몇 년 짼데 야구를 몰라, 작년까지 핸드볼 단장하던 놈이 어디서 이 씨.

 

- 어떤 사람은 삼루에서 태어나 놓고 자기가 삼루타를 친 줄 압니다. 뭐... 그럴 필욘 없지만, 자랑스러워하는 꼴은, 보기 좀 민망하죠. 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. 택시 타고 들어가십시오.

 

 

 

스토브리그 / 권경민, 백승수

'box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스토브리그, 12화  (0) 2020.02.01
스토브리그, 4화  (0) 2020.01.24
나의 아저씨, 10화  (0) 2020.01.21
나의 아저씨, 9화  (0) 2020.01.21
그냥 사랑하는 사이, 4화(3)  (0) 2020.01.21