술 못 해?
- 용건이 뭡니까?
술 못 하는구나... 아직 애네, 애야.
- 좋은 사람하고 마셔도 쓴 걸 내가 왜 마십니까?
너 인생 평탄하게 살았구나?
- ......
이게 뭐가 써, 인생이 훨씬 더 쓰지. 인생이 얼마나 쓴지 알면, 이게 달어, 어?
너 저번에 나 봤지.
- 안 봤습니다.
쓰, 언젠지 말도 안 했는데, 다짜고짜 안 봤다고? 봤네.
- 내가 봤다고 말하면 뭐, 마음이 좀 편해집니까?
내가 지금 무슨 일 하다 왔는지 아냐?
- 모르죠.
제주도에 건설하는 호텔. 삼천 억 규모의 호텔 건설. 그 시공사 정하다 왔는데,
웃긴 게 회의 끝나고 티비를 켜니까 니가 나오더라? 일 년 예산 고작 이백 억 쓰는 니들이, 뭘 그렇게 아등바등 싸우면서 일을 해. 사이좋게 일하는 게 힘들어?
- 어떤 일이 중요하고 어떤 일은 아니고 그걸 판단하는 기준이... 돈밖에 없습니까?
아니 넌 게다가 곧 그만둘 놈이...
야, 너 왜 이렇게 싸가지가 없냐?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?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냐고, 임마아.
- 말을 들으면, 당신들이 다르게 대합니까?
다르게 대하지.
- 말을 잘 듣는다고 달라지는 게 하나도 없던데요.
니가 말을 잘 들어본 적이나 있냐?
- 후회합니다, 그때를.
지랄하네, 그런 적도 없으면서 이 씨.
- 말을 잘 들으면, 부당한 일을 계속 시킵니다. 자기들 손이 더러워지지 않을 일을.
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조직이면 말을 잘 안 들어도 일을 잘하면, 그냥 놔둡니다.
니가 그러니까 단장밖에 안 되는 거야. 본사에서 내가 상무하고 호텔 경영하고 하는데 임마아.
- 야구 좀 아시려나?
구단주 대행이 몇 년 짼데 야구를 몰라, 작년까지 핸드볼 단장하던 놈이 어디서 이 씨.
- 어떤 사람은 삼루에서 태어나 놓고 자기가 삼루타를 친 줄 압니다. 뭐... 그럴 필욘 없지만, 자랑스러워하는 꼴은, 보기 좀 민망하죠. 저 먼저 일어나겠습니다. 택시 타고 들어가십시오.
스토브리그 / 권경민, 백승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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